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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3위 : 어부???

외국의 유명 사이트에서 극한직업 10개 중 3위에 랭크된 '어부(Fisher)' 저에게는 조금 의아한 결과였습니다. 도시에 살고있는 제가 주로 어부를 만나는 통로는 티비인데, 6시내고향 같은 방송을 보면 순박하게 웃으시면서 열심히 물고기 잡고, 바로 회도 드시고 하는 모습만 봐서 그런게 아닐까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중에 "아~ 정 안되면 뭐 새우잡이 배나 타지"가 있습니다. 막연하게 힘들게 고생은 하겠지만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겠구나 정도로 생각했었죠.

■ 새우잡이 배 위에서 사라진 25년.  

그러다가 불현듯 검색을 해보고 나서는 이거 무시무시한 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몇 새우잡이 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바하는 것처럼 땀흘려 일하고 노동의 댓가를 받는 곳이 아니고 폭력과 착취가 난무하는 바다위 감옥이었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그 실상을 자세히 다뤄 당시 화제가 되었었죠. 다음은 새우잡이 배에서 무려 25년간 학대를 당한 이만균씨의 사연입니다. 

이만균씨는 1986년 파릇파릇한 스무 살의 나이로 실종됐다가 25년만에 가족들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45세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고 온 몸에는 상처와 구타의 흔적이 그 동안의 처절한 세월을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특히 더 괴로운 점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 힘들어 보였습니다. 하.. 정말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만균씨는 중국집에서 주방장으로 일을 했던 꿈 많은 청년이었습니다. 어느날 퇴근 후 술 먹고 돌아다닌 것 까지는 기억나는데, 눈 뜨고 보니까 배 타는 곳이라고 합니다. 변호사의 말로는 '느슨한 인신매매'라고 표현합니다. 흔히 알고 있는 인신매매라 함은 봉고차에 강제로 태우는 즉 납치의 개념입니다. 이 '느슨한' 이라는 불편한 단어를 사용한 것은 교묘하게 또는 술에 만취하게 만든 후 계약서를 쓰게 만들거나 빚을 지게 만들고, 그것을 빌미로 삼아 강제로 승선하게 만드는 것이죠.

직업소개소, 택시운전사, 선주들 간의 불법적인 알선을 통해 이루어 졌으며 이들은 그알팀에서 인터뷰 하는 도중에도 당당했습니다. 나는 잘못이 없다. 오히려 오갈곳 없는 사람을 먹여주고 입혀주고 선원으로 취직시켜 줬다며 되려 억울하다고 합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저럴 수 있는지... 인간성을 완전히 상실한 것들 이었습니다.


만균씨는 25년간의 악몽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아니, 기억에서 지우려 한다고 보는 것이 맞겠네요. 얼마나 괴롭고 끔찍한 기억이었으면, 복수를 생각하기 보다는 모두 다 잊어버리고 싶어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 악마를 보았다

짐승만도 못한놈들의 악행을 말씀드리자면. 허벅지가 터져서 다리를 접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강제로 무릎을 꿇린 후 구타를 합니다. 가만히 있어도 상처에서 고름이 나오는데 그곳을 때리고 갈고리로 찍어버립니다. 그물을 들어올리는 기계에 양 발목과 무릎을 모아 밧줄을 묶어 거꾸로 매답니다. 그상태에서 들어서 바다에 얼굴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게 거꾸로 매달아 놓습니다.전기 고문까지 했습니다.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만균씨의 귀를 보면 격투기 선수와 같은 만두귀입니다. 전문가는 단기간에는 절대 레슬러형 귀가 될 수 없고, 몇달간 길게는 몇년 동안 폭력에 노출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운 좋게 이 지옥에서 탈출해서 택시를 타고 벗어나려 해도, 다시 선주에게 잡혀옵니다. 점 조직으로 서로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탈출한 새우잡이배의 선원을 잡아오면 얼마의 더러운 돈을 받습니다. 긴 세월동안 물 위에서 폭력과 단순노동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고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살기위해 뭍으로 도망쳐 왔더니 경찰, 공무원, 마을 주민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참담한 상황입니다. 

■ 
2의 피해자를 막기 위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의 어둡고 구석진 곳에서는 제2, 제3의 만균씨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지역적 관행으로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어 쉽게 해결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우선은 우리의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관심과 지지가 있다면 정책을 추진하려는 정치인이 있을 것이고, 그에게 힘을 실어 줘야 최소한의 법적 조치라도 취해질 것입니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 팍팍한 시국에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준다는 것이 어려운 일일줄 압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만균씨와 같은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곳에서의 인권유린의 악몽은 영원히 계속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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